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Blanton's × Betty Davis — They Say I'm Different: 창고 안에서 유독 다른 통 하나가, 무대 위에서 유독 다른 목소리 하나가 됐다
들어가며
버번 숙성 창고 안에는 수천 개의 통이 똑같은 모양으로 쌓여 있다. 그중 유독 다르게 지어진 창고 하나, 그 안에서도 유독 다른 통 하나를 따로 골라 담은 술이 블랜튼스다. 베티 데이비스도 비슷한 자리에 서 있었다. 세상이 그녀에게 "너는 다르다"는 선을 그었을 때, 그녀는 그 선을 지우려 하지 않고 노래 제목으로 삼았다. "They Say I'm Different" — 다름을 결점이 아니라 서명으로 만든 두 이야기를 나란히 따라가본다.
일부러 다르게 지어진 창고
블랜튼스가 태어난 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한 사람, 앨버트 B. 블랜튼(Albert B. Blanton)을 알아야 한다. 그는 1897년 열여섯 살 사환으로 켄터키의 이 증류소(지금의 버팔로 트레이스)에 들어와, 1921년 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의 재임 동안 증류소는 건물 44동에서 144동으로 늘어났고, 금주법과 1937년 대홍수, 2차 세계대전까지 버텨냈다.
금주법이 끝난 직후인 1934년, 블랜튼은 부지 안에 "창고 H"라는 숙성고를 새로 지었다. 이 창고는 지금도 버팔로 트레이스 부지에서 유일하게 벽돌이 아닌 금속으로 지어진 숙성고다. 금속 외벽은 낮에는 더 빨리 데워지고 밤에는 더 빨리 식는다 — 이 급격한 온도 변화가 통 속 위스키를 그을린 오크 통널 깊숙이 밀어넣었다 뺐다 반복시켜, 다른 창고보다 더 짙은 풍미와 색을 끌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블랜튼은 일부러 다르게 지은 이 창고에서 나온 "허니 배럴"들을 따로 골라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했다고 전해진다.
1984년, 은퇴를 앞둔 마스터 디스틸러 엘머 T. 리(Elmer T. Lee)는 블랜튼을 기리며 그가 아꼈던 바로 그 창고 H의 통들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싱글 배럴 버번을 만들었다. 한 통 전체가 아니라 그 안의 한 통만을 고르고 병에 담는 방식 — 블랜튼스라는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 Blanton's(Buffalo Trace Distillery), 버팔로 트레이스 디스틸러리 공식 홈페이지
여덟 개의 포즈, 하나의 이름
1999년부터 블랜튼스는 병마개에 말과 기수 조각상을 얹었다. 경마 한 경기의 각기 다른 순간을 포착한 여덟 가지 포즈로 제작되는데, 포즈마다 글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어 전부 모으면 "Blanton's"라는 이름이 완성된다. 병을 하나만 사면 그중 어떤 포즈가 올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 — 전체가 모여야 완성되는 이름을, 누구도 한 번에 다 가질 수 없게 설계한 셈이다.
테이스팅 노트
블랜튼스는 93프루프(46.5% ABV)로 병입된다. 베이스는 버팔로 트레이스의 하이라이 매시빌 #2 — 옥수수 70%, 몰트 보리 12.5%, 라이 17.5% 비율이다.
스트레이트로 코에 먼저 가져가면 크리미한 바닐라와 캐러멜, 버터스카치에 넛메그·시나몬·클로브 같은 향신료가 따라온다. 입에 넣으면 시트러스와 건과일, 꿀, 옥수수 단맛이 먼저 오고 그 뒤로 라이 특유의 단단한 뼈대와 오크의 떫은맛이 받쳐준다. 피니시는 중간 이상으로 길게 남으며, 옥수수와 넛메그, 따뜻한 향신료가 다시 떠오른다. 얼음을 한 조각 넣으면 단맛과 바닐라가 더 또렷해지고 알코올감은 가라앉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쪽을 권할 만하다.
다르다는 말을 제목으로 삼은 사람
베티 데이비스는 1944년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 태어나 더럼과 피츠버그에서 자랐다. 열일곱 살에 뉴욕으로 올라와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에 다니며 모델로 생활비를 벌었고, 그사이 챔버스 브라더스에게 "Uptown (to Harlem)"을 써주는 등 작곡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1968년 마일스 데이비스와 결혼했지만 1년 만에 끝났다. 짧은 결혼이었지만 그녀는 마일스에게 지미 헨드릭스와 슬라이 스톤 같은 당대 록·펑크 사운드를 소개했고, 이는 마일스가 In a Silent Way와 Bitches Brew로 이어지는 퓨전 시기로 들어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일스의 1968년 앨범 Filles de Kilimanjaro 커버에 그녀의 얼굴이 실린 것도 이 시기다.
1973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건 데뷔 앨범을 낸 뒤, 1974년 두 번째 앨범 They Say I'm Different를 발표했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가사와 거친 무대 매너 때문에 라디오는 그녀의 곡을 거의 틀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연이 저지당하기도 했다. 음악 산업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1980년대 초 그녀는 음악계를 떠나 피츠버그 인근에서 조용히 지냈다. 2000년대 중반 라이선스 재발매를 거치며 네오소울·힙합 세대에게 재발견됐고, 2022년 2월 77세로 세상을 떠났다.
다르다는 선언
타이틀곡 "They Say I'm Different"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을 베시 스미스, 척 베리, 로버트 존슨 같은 블루스 선배들에 견준다.
세상이 나를 다르다고 부르지만, 나는 사탕수수처럼 원래부터 달고 리듬을 타고났을 뿐이다
세상이 "다르다"는 말을 손가락질로 던졌을 때, 그녀는 그 말을 받아 자기 뿌리와 핏줄을 증명하는 선언으로 바꿔놓았다. 다르다는 것이 설명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처음부터 타고난 리듬이라는 것이다.
두 소재가 만나는 지점
블랜튼스는 벽돌 창고 사이에 일부러 다르게 지은 금속 창고 하나, 그 안에서도 유독 다른 통 하나를 골라 이름을 붙였다. 같은 공정을 거쳐도 다르게 익은 것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상품의 정체성으로 세운 것이다.
베티 데이비스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업계와 라디오가 그녀를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냈을 때, 그녀는 그 다름을 깎아내지 않고 노래 제목으로 세워 되돌려줬다. 두 이야기 모두,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다름을 먼저 선언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페어링하는 법
록 글라스에 큰 얼음 하나를 넣고 블랜튼스를 붓는다. 곡을 재생하고, 그녀가 자신을 베시 스미스와 척 베리에 견주는 초반 벌스에서 첫 모금을 머금는다 — 아직은 넛메그와 시나몬 향이 날카롭게 올라오는 시점이다.
얼음이 조금 녹아 단맛과 바닐라가 또렷해질 때쯔음, 곡의 훅이 반복되며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고 당당해지는 구간이 온다. 그 지점에서 다시 한 모금 — 처음엔 날카롭던 술이 어느새 달고 둥글어진 것을, 처음엔 "다르다"는 손가락질이던 말이 어느새 선언이 된 것을 함께 따라가 본다.
추천 표현: Blanton's Original Single Barrel Bourbon — 창고 H에서 통 하나씩 골라 담는 오리지널 라인업, 다른 상위 라인(골드 에디션, 스트레이트 프롬 더 배럴)보다 구하기 쉽고 이 짝짓기의 기준점에 가깝다.
마무리
벽돌 사이에 선 금속 창고 하나도, 세상이 다르다 부른 목소리 하나도, 처음엔 어울리지 않는 자리처럼 보였다. 둘 다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버텨서 결국 이름이 됐다. 오늘 밤, 얼음 하나 채운 잔을 두고 이 노래를 걸어보자.
트랙: They Say I'm Different 아티스트: Betty Davis 수록 앨범: They Say I'm Different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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