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ul Midón — State of Mind: 목소리로 트럼펫을 부는 시각장애 기타리스트를, 전설의 프로듀서가 유일하게 직접 발탁했다
들어가며
뉴욕타임스는 라울 미돈의 목소리를 두고 "스티비 원더와 바비 맥퍼린, 호세 펠리치아노의 3중 퓨전"이라 표현했다. 소울 가수의 감정, 목소리로 악기를 흉내내는 즉흥성, 그리고 시각장애를 가진 기타리스트라는 세 겹의 정체성을 한 문장에 담은 평가다.
인큐베이터에서 잃은 시력
1966년 뉴멕시코주 엠부도에서 아르헨티나계 아버지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미돈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충분한 안구 보호 없이 지낸 후유증으로 형제 모두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네 살 때 아버지가 건넨 드럼을 시작으로 음악은 일찌감치 삶의 중심이 됐다.
시각장애인 학교와 산타페 예비학교를 거치며 기타를 익혔고, 마이애미 대학교 재즈 전공으로 1990년 졸업했다. 이후 샤키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호세 펠리치아노 같은 라틴 아티스트들의 세션 보컬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무대 뒤에 머물렀다.
목소리로 부는 트럼펫
마이애미 대학 시절, 미돈은 트럼펫 주자 피트 밍거의 소리에 반해 친구이자 트럼펫 주자였던 존 베일리와 함께 입술로 트럼펫 음색을 흉내내는 연습을 거듭했다. 성대로 음정을 잡고 입술을 트럼펫 마우스피스처럼 팽팽하게 조여 진동시키는 이 기법은, 눈을 감고 들으면 실제 트럼펫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그는 이 기법을 즉흥연주를 위한 또 하나의 악기로 여겼고, 이후 데뷔 앨범부터 라이브 무대까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아리프 마딘이 유일하게 직접 계약한 아티스트
2000년대 초, 뉴욕에서 프로듀서 리틀 루이 베가와 작업하던 미돈은 아레사 프랭클린과 노라 존스, 비지스를 프로듀싱한 전설적 프로듀서 아리프 마딘 앞에서 기타 하나로 노래를 불렀다. 마딘은 단 한 곡을 듣고 그를 맨해튼 레코드에 계약시켰다 — 커리어를 통틀어 마딘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발탁한 유일한 아티스트였다.
State of Mind, 데뷔의 증거
2005년 6월 7일 발매된 State of Mind는 아리프 마딘과 그의 아들 조 마딘이 공동 프로듀싱한 미돈의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이다. 타이틀곡이자 오프닝 트랙인 "State of Mind"는 미돈이 직접 쓴 곡으로, 앨범 전체를 여는 자기소개와도 같다.
앨범에는 스티비 원더가 하모니카로 참여한 "Expressions of Love", 제이슨 므라즈와 함께 부른 듀엣곡 "Keep on Hoping"이 실렸다. AllMusic은 이 앨범에 별 5개 만점에 3.5개를 매겼다.
Hidden Gems의 자리
그래미 재즈보컬 부문 후보에 두 차례(2017년 Bad Ass and Blind, 2019년 If You Really Want) 올랐고, 허비 행콕·퀸 라티파·스눕 독의 앨범에도 참여했지만, 라울 미돈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시력을 잃은 자리에서 목소리로 트럼펫을 만들어낸 이 뮤지션에게, "State of Mind"는 그가 세상에 처음 자신을 소개한 곡이다. 전설적인 프로듀서가 평생 유일하게 직접 골랐던 목소리를, 지금 다시 들어볼 시간이다.
수록 앨범: State of Mind (2005, Manhattan Records) 아티스트: Raul Midón 프로듀서: Arif Mardin, Joe Mardin 추천 청취 환경: 혼자, 기타 소리에 집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