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Res — They-Say Vision: 레이블도 분류 못 한 목소리가, 25년 만에 백색 바이닐로 돌아오다
들어가며
2026년 10월, 가수 레즈(Res)는 25주년 기념 투어를 돌고 있다. 10월 14일엔 마이애미의 음악 페스티벌 III Points의 새틀라이트 파티로 라스 로사스(Las Rosas) 무대에 섰고, 10월 16일엔 시카고 메트로에서, 그다음엔 워싱턴 D.C.의 송버드(Songbyrd)에서 같은 앨범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 앨범은 2001년 데뷔작 How I Do다. 당시 이 앨범을 들고 무대에 서면, 관객들은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게 정확히 무슨 음악인지 몰랐다고 한다. R&B와 록, 팝, 힙합,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리아를 넘나드는 소리를, 업계가 명확한 장르 서랍에 아티스트를 분류하고 싶어 하던 시절에 들려줬기 때문이다.
분류되지 않는 목소리
레즈의 본명은 셔리스 르네 밸러드(Shareese Renée Ballard), 1977년 필라델피아 출생이다. 2001년 6월 26일, MCA 레코드를 통해 데뷔 앨범 How I Do를 냈다.
이 앨범의 작사는 대부분 산티 화이트(Santi White)가 맡았다. 훗날 자신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산티골드(Santigold)다. 프로듀싱은 닥 매키니(Doc McKinney)가 중심을 잡았다. 평단은 이 조합이 만든 음악을 두고 소울과 팝, 록, 포스트펑크, 네오소울을 자유롭게 섞어낸 결과물이라 평했다.
빌보드는 이 앨범을 "크리틱스 초이스(Critic's Choice)"로 선정하며 "록과 힙합, R&B를 매끄럽게 녹여낸 소울 충만한 세트"라 칭찬했다. 롤링스톤은 2001년 연말 결산에서 이 앨범을 4위에 올렸다.
Golden Boys, 그리고 아무도 못 알아들은 순간
앨범의 첫 싱글 "Golden Boys"는 VH1에서 꾸준히 틀어줬지만, 라디오에서는 끝내 자리를 잡지 못했다. 댄스 클럽 차트 30위까지만 올랐다.
이 시기 공연 현장의 분위기를 그는 이렇게 기억한다 — 관객 반응이 뜨거웠던 건 아니지만, 자신이 만든 음악에 대한 확신은 분명했다고.
레이블이 이 곡을 어떤 라디오 포맷에 넣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앨범은 빌보드 200 115위까지만 올랐다. 다만 히트시커스 앨범 차트에서는 1위, R&B/힙합 앨범 차트에서는 43위를 기록했고, 2002년 6월까지 미국에서 17만 2천 장이 팔렸다.
They-Say Vision, 진짜 히트가 온 순간
두 번째 싱글 "They-Say Vision"이 나오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2002년 발매된 이 곡은 빌보드의 네 개 차트에 동시에 올랐고, 그중 댄스 클럽 송 차트에서는 그해 5월 1위를 차지했다. MTV와 VH1도 이 뮤직비디오를 로테이션에 넣었다.
순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은, 레즈가 미국에서 거둔 첫 번째 상업적 성공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 성공은 앨범 전체를 구해내기엔 부족했다.
레이블이 사라지며 묻힌 앨범
2003년, MCA 레코드가 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에 흡수되며 사라졌다. 레즈는 계약상 보수는 계속 받았지만, 레이블은 후속 작업물을 전혀 내주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요청해 계약에서 풀려났다.
앨범이 남긴 평가와 실제 판매·방송 성적 사이의 간극은 이렇게 설명된다 — 좋은 평은 받았지만, 레이블 교체라는 사업적 혼란 속에서 정작 이 음악을 책임지고 밀어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
마스터가 사라진 뒤
세월이 더 지나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원본 마스터 테이프의 95%가 손상된 것이다. 2022년 5월, 레즈는 고향 필라델피아의 파인 스튜디오(Pine Studios)에서 드러머 겸 프로듀서 스티브 매키(Steve McKie)와 함께 앨범 전체를 단 7일 만에 처음부터 다시 녹음했다.
이 재녹음 버전은 2024년 *How I Do (Reset)*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자신의 레이블 리셋 소사이어티(Reset Society)를 통해 비니스 뮤직(Venice Music)이 유통을 맡았다 — 20여 년 전엔 거대 메이저 레이블에 묶여 있던 음악을, 이번엔 스스로 소유한 채로 세상에 다시 내놓은 셈이다.
25주년, 다시
2026년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또 다른 층위의 복귀다. 인터스코프 레코드(Interscope Records)가 오리지널 2001년 레코딩을 리마스터링해 백색 바이닐 2LP로 재발매했고, 일본판 CD에만 실렸던 보너스 트랙 "Toxic You"와 포스터, 게이트폴드 패키지까지 더했다.
그리고 이 재발매와 나란히, 레즈는 25주년 투어로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25년 전엔 아무도 정확히 분류하지 못했던 음악을, 이제는 "오랫동안 받아 마땅했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다시 들려주는 중이다.
Groove & Beyond의 자리
이 앨범이 지금까지 남긴 흔적은 숫자보다 더 넓게 퍼져 있다. 여기서 처음 작사와 공동 프로듀싱 크레딧을 쌓은 산티골드부터, 솔란지, 켈리스, 에스텔, 메레바까지 — 흑인 여성 아티스트가 메이저 레이블 안에서 장르를 자유롭게 섞어도 된다는 전례를 이 앨범이 먼저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오소울이라는 이름이 아직 유동적이던 시절, R&B와 록과 힙합의 경계를 허물며 그 경계 자체를 흐리게 만든 목소리. Groove & Beyond가 다루고 싶은 지점이 정확히 여기에 있다 — 장르가 음악을 따라가지 못할 때, 음악이 먼저 그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
수록: They-Say Vision (How I Do 수록, 2001년 발매 / 2026년 Interscope Records 25주년 리마스터 2LP 재발매) 아티스트: Res 레이블: MCA Records (오리지널) / Interscope Records (2026 재발매) 추천 청취 환경: 장르를 따지지 않는 플레이리스트에 섞어 두고, 흘러나올 때 멈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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