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Monkey Shoulder × Bill Withers — Lovely Day: 손으로 보리를 뒤집다 굽어버린 어깨가, 가장 편안한 위스키의 이름이 됐다
들어가며
위스키 이름 중에 이렇게 구체적인 몸의 통증에서 따온 이름이 또 있을까. 몽키숄더는 어느 증류소의 지명도, 창업자의 이름도 아니다. 한쪽 어깨가 원숭이처럼 굽어버린,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몸에서 나온 이름이다.
몽키숄더라는 이름의 애환
몽키숄더는 글렌피딕과 더 발베니를 소유한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가 만든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다. 글렌피딕, 더 발베니,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세 번째 증류소 키닌비 — 이 세 곳의 싱글몰트만 섞어 만든다(그레인 위스키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블렌딩실에서 개발되던 당시 코드명은 "배치 27"이었고, 2003년 이 이름으로 정식 출시됐다.
이름의 유래는 플로어 몰팅이라는 옛 제조 공정에 있다. 물에 불린 보리를 돌바닥에 넓게 펴놓고 일주일 가까이 발아시키는 동안, 몰트맨들은 "시일(shiel)"이라는 삽으로 밤낮없이 보리를 뒤집어야 했다. 한쪽 어깨로만 반복해서 삽질을 하다 보니 그 어깨가 반대쪽보다 처지는 직업병이 생겼고, 사람들은 이를 원숭이의 굽은 어깨에 빗대 "몽키숄더"라 불렀다. 브랜드는 이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위스키 뒤에 숨어 있던 무명의 노동을 병 이름에 새겼다. 병마개에 원숭이 세 마리가 조각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 세 증류소,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손들에 대한 헌사다.
사진: DYVER,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첫 모금의 버즈, 그 다음에 오는 것
몽키숄더는 숙성 연수 표기가 없는 블렌디드 몰트다. 도수는 40%. 상온에서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첫 모금에 스피릿 특유의 알코올 버즈가 꽤 선명하게 올라온다 — 젊은 몰트 특유의 거친 첫인상이다.
그런데 잔을 놓고 잠시 숨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발베니가 즐겨 쓰는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의 흔적이 열리면서, 꿀과 바닐라, 은은한 오렌지 껍질 향이 그 자리를 채운다. 애초에 이 위스키는 칵테일 베이스로 설계됐을 만큼 부담 없이 매일 마시기 좋게 만들어졌지만, 에어링을 거치고 나면 스트레이트나 언더락으로도 충분히 그 결을 즐길 수 있다.
Lovely Day라는 노래
빌 위더스는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는 더글라스 항공, IBM, 포드 자동차 등을 거치며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노동자였다. 1971년 "Ain't No Sunshine"이 히트한 뒤에도 그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 음악 산업이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해 10월, 그는 같은 날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하나는 예전 직장 웨버 항공에서 시간당 3.50달러짜리 정비사 자리를 다시 제안하는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자니 카슨의 "The Tonight Show" 출연 초청장이었다.
1977년 발표한 "Lovely Day"는 스킵 스카버러와 함께 쓴 곡으로, 여섯 번째 앨범 Menagerie에 실렸다. 담백하게 흘러가던 곡은 후반부, 위더스가 한 음을 무려 18초 동안 끌고 가는 대목에서 완전히 다른 곡이 된다 — 미국 톱 40 히트곡을 통틀어 가장 긴 롱노트로 남아 있는 순간이다. 이 곡은 빌보드 핫100 30위, R&B 차트 6위, 영국 싱글 차트 7위에 올랐고, 1988년 리믹스로 다시 영국 차트에 진입하며 지금까지도 그의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남아 있다.
굽은 어깨와 늦게 핀 목소리
몽키숄더는 몰트맨의 굽은 어깨라는 애환을 이름에 새기고도, 정작 완성된 술은 부담 없이 매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빌 위더스도 공장 조립 라인의 신중함을 놓지 않은 채로, 결국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노래 하나를 완성했다. 둘 다 시작은 거칠고 조심스러웠지만, 끝에 남은 건 편안함이었다.
페어링하는 법
록 글라스에 크고 투명한 얼음을 하나 채우고, 몽키숄더를 스트레이트로 붓는다. 바로 마시지 말고 1~2분 정도 그대로 둔 채 잔을 가볍게 흔들며 공기와 만나게 한다.
곡을 재생하고, 담백하게 흘러가는 초반 벌스에서 첫 모금을 삼킨다 — 아직은 알코올 버즈가 선명하게 남아 있을 시점이다. 그리고 후반부, 위더스가 그 유명한 18초 롱노트를 끌고 가는 순간 다시 한 모금을 머금는다. 그사이 잔 속의 위스키는 충분히 숨을 쉬었고, 바닐라와 꿀 향이 곡의 여운처럼 부드럽게 번진다.
추천 표현: Monkey Shoulder Blended Malt Scotch Whisky — 단일 라인업이라 매장에서 찾기 쉽다.
마무리
굽은 어깨로 보리를 뒤집던 손도,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던 손도, 결국 만들어낸 건 누군가의 편안한 하루였다. 오늘 밤, 얼음 하나 채운 잔을 두고 이 노래를 걸어보자.
트랙: Lovely Day 아티스트: Bill Withers 수록 앨범: Menagerie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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