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eamina AI 생성 이미지 — RNB Station 제작
RNB Station Sessions #2 — Borrowed Tape: 형의 턴테이블에서 시작된 우리의 R&B 이야기
두 번째 곡, Borrowed Tape
첫 곡이 우리 채널 자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우리에게 R&B가 어떻게 왔는지, 그 시작점이요.
형 몰래 올렸던 엘피 한 장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첫 장면은 늘 같아요. 형 몰래 전축 앞에 앉아서, 턴테이블 위에 엘피를 조심스럽게 올리던 순간. 바늘이 판 위에 내려앉는 그 짧은 소리, 그리고 소리가 터져 나오기 직전의 두근거림. 그때는 그게 왬(Wham!)이라는 이름조차 몰랐어요. 그냥 형 방에서 흘러나오던, 왠지 따라 부르고 싶어지던 목소리였을 뿐이죠.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동네 서점 누나가 손으로 직접 녹음해서 팔던 일본음악 Top Twenty 테이프가 있었어요. 그 빛바랜 테이프 안에서 낯선 이름 하나를 만났어요 — 쿠보타 토시노부. 그 이름 하나가 우리 세상을 한 뼘 더 넓혀줬어요.
중학생이 되고는 얼스 윈드 앤 파이어가 책상 위를 떠나지 않았고, 루더 밴드로스와 제임스 잉그램의 목소리로 잠드는 밤이 이어졌어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바비 브라운까지 — 그 시절 들었던 이름들이 지금 우리 취향의 뼈대가 됐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서클에서 함께 부르던 아카펠라. Take 6와 보이즈투맨을 따라 부르면서 알았어요. 듣기만 하던 이 음악이, 어느새 우리 목소리가 되어 있다는 걸요.
시대가 흘러가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번엔 사운드도 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어봤어요. 1절은 80년대 신스팝-소울의 밝은 질감으로 시작해서, 2절은 90년대 뉴잭스윙과 컨템포러리 R&B 그루브로 넘어가고, 브릿지에서는 아카펠라로 완전히 무너뜨렸다가, 아웃트로에서 지금의 웜한 네오소울로 돌아와요. 한 곡 안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걸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만들면서 알게 된 것
가사를 쓸 때는 몰랐던 걸 실제로 만들면서 알게 됐어요. "왬"이나 "탑20"처럼 한글로 옮기거나 숫자로 쓴 부분은 발음이 이상하게 뭉개지더라고요. "Wham"은 영어 그대로, "20"은 "Top Twenty"라는 글자로 풀어써야 훨씬 또렷하게 불렸어요. 사람이 읽을 땐 아무 차이가 없는데, 노래로 부르게 하려니 표기 하나하나가 실제 소리에 영향을 주는 걸 눈으로 확인한 셈이에요.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
이 곡에 담긴 이야기와 아이디어는 우리 RNB Station이 만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소리로 빚어내는 손으로 SUNO를 썼습니다.
첫 곡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진짜 갖고 싶은 건 음원 파일이 아니에요. 어떤 순간이 왜 우리에게 남았는지, 그 이야기를 잃지 않는 것 — 그게 이 시리즈를 계속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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