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Roberta Flack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다른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쓴 노래가, 소울 역사상 유일무이한 그래미 2연패로 이어지기까지
들어가며
로버타 플랙이 2025년 2월 세상을 떠난 지 1년 만인 2026년 2월, 그래미 시상식은 그를 위한 추모 무대를 마련했다. 로린 힐이 무대에 올라 그의 곡들을 다시 불렀고, 와이클레프 진과 함께 부른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은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로린 힐이 이 곡을 부른 데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6년 그가 속했던 그룹 퓨지스가 이 곡을 리메이크해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곡의 힘은 그보다 23년 앞선 1973년, 로버타 플랙의 목소리에서 이미 완성돼 있었다.
배경
곡의 출발점은 로버타 플랙이 아니라 무명 포크 가수 로리 리버만이었다. 1971년 어느 밤, 리버만은 로스앤젤레스의 클럽 트루바두르에서 돈 맥클린의 공연을 봤다. 맥클린이 부른 "Empty Chairs"라는 곡에 감정이 크게 흔들린 그는 그 자리에서 떠오른 느낌을 냅킨에 적었고, 이 메모는 작곡가 찰스 폭스와 작사가 노먼 김벨의 손을 거쳐 노래로 완성됐다. 리버만은 1972년 이 곡을 먼저 발표했지만 차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로버타 플랙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리버만의 버전을 듣고 이 곡에 반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해 다시 녹음했고, 1973년 앨범 Killing Me Softly의 타이틀곡으로 내놓았다.
플랙은 원래 가수가 아니라 워싱턴 D.C.의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였다. 밤에는 클럽 '미스터 헨리스'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이 무대를 우연히 본 재즈 뮤지션 레스 매캔의 추천으로 1968년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하며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핵심 사실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은 1973년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발매, 조엘 돈이 프로듀서를 맡음
- 1973년 2월 24일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뒤 비연속으로 5주간 정상을 지켜, 그해 가장 오래 1위를 지킨 싱글로 남음
- 1974년 제1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상과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상을 동시에 수상
- 플랙은 1년 앞선 제15회 그래미에서도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아, 2년 연속 이 부문을 수상한 유일한 솔로 아티스트로 남아있음
- 1996년 퓨지스가 리메이크해 빌보드 핫100 2위, 영국 싱글차트 5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이 곡을 새로운 세대에 소개함
음악적 특징
곡은 로버타 플랙 특유의 절제된 창법 위에 세워졌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한 소절씩 눌러 부르며 긴장을 쌓아간다.
편곡 역시 과장을 피한다. 현악과 코러스가 서서히 쌓이지만 끝까지 절제된 채로 마무리되는데, 이 여백이 오히려 가사 속 감정을 더 크게 만든다.
처음 보는 무대 위 가수의 노래가, 마치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그대로 읽어낸 것처럼 느껴져 당황스러웠다는 고백을 화자는 담담하게 건넨다.
지금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
2026년 2월 그래미가 마련한 추모 무대에서 로린 힐, 와이클레프 진, 레온 브리지스, 존 레전드 등 세대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이 로버타 플랙의 곡을 나눠 불렀다. 한 가수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렇게 많은 후배가 그의 노래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곡이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섰다는 증거다.
53년 전 낯선 이의 감정을 자신의 목소리로 되살려낸 로버타 플랙처럼, 이 곡은 지금도 계속 다른 목소리를 빌려 살아남고 있다.
싱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1973) 아티스트: Roberta Flack 앨범: Killing Me Softly 레이블: Atlantic Records 추천 청취 환경: 혼자, 조용한 밤, 이어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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