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Earth, Wind & Fire — September: 뜻도 없는 후렴구 하나가, 47년째 매년 9월을 지배하다
들어가며
R&B와 펑크(funk)를 가르는 경계가 있다면, Earth, Wind & Fire는 그 경계 위에 서서 47년째 흔들리지 않고 있는 밴드다. 그중에서도 "September"는 이 밴드를 넘어, 장르 전체를 대표하는 곡으로 남았다.
특별한 기념일이 없어도 매년 9월이 되면 이 곡은 스스로 다시 화제가 된다. 이유는 노래 속 한 줄의 가사 때문이다.
밴드에 대해 먼저
Earth, Wind & Fire는 1969년 시카고에서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R&B, 펑크, 재즈, 디스코, 심지어 라틴과 아프리칸 리듬까지 섞어낸 편곡과,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197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200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지금까지 여섯 차례 그래미를 수상했다. "September"는 이 밴드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꼽힌다.
뜻 없는 후렴구를 둘러싼 실랑이
"September"는 모리스 화이트와 기타리스트 알 맥케이(Al McKay), 그리고 작사가 앨리 윌리스(Allee Willis)가 함께 썼다. 윌리스에게는 이 밴드와의 첫 협업이었다.
작업 막바지, 화이트는 후렴구 사이사이에 "Ba-dee-ya"라는 뜻 없는 소리를 계속 반복해 넣었다. 윌리스는 이 부분을 제대로 된 가사로 바꿔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화이트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바꾸지 않느냐고 캐묻는 윌리스에게 화이트가 남긴 대답은 간단했다 — 그루브를 방해하는 가사라면, 차라리 뜻 없는 소리가 낫다는 것이었다. 윌리스는 훗날 이 순간을 "내 작사 인생 최고의 교훈"이었다고 회고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옳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후렴구임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Ba-dee-ya"는 곡 전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분이 됐다.
핵심 사실
- "September"는 1978년 11월 18일, 컴필레이션 앨범 The Best of Earth, Wind & Fire, Vol. 1의 신곡으로 싱글 발매됐다.
- 빌보드 R&B 싱글 차트 1위, 빌보드 핫100 8위에 올랐다.
- 2020년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로부터 6배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 화이트와 윌리스가 함께 밴드 결성 기간 동안 쓴 여러 히트곡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스트리밍·차트 성적이 가장 꾸준히 유지되는 곡으로 꼽힌다.
노래 속 날짜, 20년 만에 풀린 비밀
가사에는 특정 날짜 하나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화이트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 날짜를 고른 이유를 묻자 "그냥 발음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뒤, 윌리스는 화이트의 부인 매릴린과의 대화에서 진짜 이유를 듣게 됐다. 그 날짜는 두 사람의 아들이 태어나기로 예정됐던 날이었다. 화이트가 가사 속에 몰래 숨겨둔 개인적인 메시지였던 셈이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매년 그 날짜가 돌아올 때마다 SNS에서 이 곡이 다시 소환되는 독특한 연례행사가 생겼다. 굿즈나 리이슈 없이도, 노래 자체가 스스로 기념일을 만들어낸 흔치 않은 사례다.
필청 포인트
혼(horn) 섹션과 베이스라인이 쌓아 올리는 그루브는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다. 필리 소울과 디스코, 펑크의 접점을 가장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편곡으로도 자주 언급된다.
가사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9월의 어느 밤, 함께 춤추던 기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린다. 복잡한 서사 대신 그 계절감과 리듬 하나로 47년을 버텨온 곡이라는 점이, 오히려 이 곡의 힘을 보여준다.
마무리
"완벽한 가사보다 흔들리지 않는 그루브를 택하라"는 원칙이 만들어낸 곡이,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년 9월마다 다시 재생되고 있다. 뜻을 몰라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후렴구 하나가, 때로는 정교한 가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이 곡은 증명한다.
싱글: September (1978) 아티스트: Earth, Wind & Fire 앨범: The Best of Earth, Wind & Fire, Vol. 1 레이블: ARC/Columbia Records 추천 청취 환경: 9월의 늦은 오후, 창문을 열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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