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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a Fischer — How Can I Ease the Pain: 패티 라벨과 그래미를 나눠 가진 목소리는, 정작 다음 앨범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들어가며
1992년 2월 25일, 제34회 그래미 시상식. 시상자 케니 로긴스가 "베스트 여성 R&B 보컬 퍼포먼스" 수상자를 발표하다 말이 꼬였다. 두 사람의 이름을 동시에 불러야 했기 때문이다.
패티 라벨과 리사 피셔. 그래미 역사에서 몇 안 되는 동률 수상 사례 중 하나였다. 정작 피셔는 자기 이름이 불리는 순간을 놓칠 뻔했다 — 라벨의 이름이 먼저 나왔을 때 너무 크게 박수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했다. 몇 년 전까지 그는 라벨의 무대 뒤에서 백보컬로 서 있던 사람이었다.
20년을 세션 가수로
리사 피셔는 1958년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내내 뉴욕에서 손꼽히는 세션·백보컬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루더 밴드로스, 티나 터너, 샤카 칸의 투어와 앨범을 지원했다.
1989년부터는 롤링 스톤스 투어에 합류했다. 이 인연은 2015년까지 26년간 이어지며, 훗날 믹 재거와 함께 부른 "Gimme Shelter" 듀엣 파트로 그를 다시 조명받게 만든다.
데뷔작, 그리고 1위
1991년, 피셔는 첫 솔로 앨범 So Intense를 냈다. 프로듀서진에는 나라다 마이클 월든, 루더 밴드로스, 아리프 마딘까지 이름을 올렸다.
앞세운 곡은 그가 공동 작곡한 "How Can I Ease the Pain"이었다. 이 곡은 빌보드 R&B 싱글 차트 1위(2주)에 오르고 핫100 11위까지 크로스오버했다. 앨범은 R&B 앨범 차트 5위, 빌보드 200 100위에 올랐고 "Save Me"(R&B 7위)를 포함해 톱20 R&B 히트를 세 곡이나 배출했다.
데뷔작치고는 이례적인 성적이었다. 음악 매체 소울바운스는 이 앨범을 1991년을 대표하는 R&B 앨범 중 하나로 회고했고, 앨범이즘은 발매 30주년 기사에서 "본질적으로 들어야 할 R&B 레코드"라 평했다.
그래미를 타고도, 돌아간 자리
1992년, 피셔는 이 곡으로 베스트 여성 R&B 보컬 퍼포먼스 부문 그래미를 받았다 — 패티 라벨의 "Somebody Loves You Baby"와 동률로. 그가 한때 백보컬로 섰던 바로 그 가수와 나눠 가진 트로피였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갈린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평단에서도 인정받았지만, 피셔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다. So Intense는 지금까지도 그의 유일한 정규 앨범이다.
그는 다시 백보컬 자리로 돌아갔다. 롤링 스톤스와의 투어는 2015년까지 계속됐고, 스팅의 밴드에서도 오랫동안 노래했다.
"무대 뒤에 있다고 느낀 적 없다"
2013년 다큐멘터리 20 Feet from Stardom은 피셔를 비롯한 백보컬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피셔라는 이름을 새로운 세대에 소개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왜 스포트라이트를 좇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내가 배경으로 밀려나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래미까지 거머쥔 목소리가, 자기 이름을 내건 무대보다 남의 무대 뒤편을 택했다는 사실이 이 곡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음악적으로 왜 좋은가
"How Can I Ease the Pain"은 형식만 보면 전형적인 90년대 초 어덜트 R&B 발라드다. 하지만 피셔의 창법은 그 틀을 가볍게 넘어선다. 낮은 음역에서 차분히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애드리브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구성은, 왜 그가 수많은 스타들이 곁에 두고 싶어 한 목소리였는지를 3분 안에 증명한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 홀로 남겨진 사람이, 그 고통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내용이다.
지금 발견해야 하는 이유
So Intense는 유일무이한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다시 들을 이유가 충분하다. 그래미를 받은 목소리가 왜 다음 앨범을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해질수록, 이 한 장의 앨범은 더 특별하게 들린다.
수록 앨범: So Intense (1991, Elektra Records) 아티스트: Lisa Fischer 최고 순위: 빌보드 Hot R&B/Hip-Hop Singles 1위, Hot 100 11위 추천 청취 환경: 혼자 있는 늦은 밤, 조명을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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