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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GemsLee Fields — Faithful Man: 샤론 존스를 키우고 찰스 브래들리를 처음 투어에 데려간 이 남자는, 정작 자기 이름을 마흔 해 넘게 알리지 못했다

Wikimedia Commons — Rainer Knäpper, Free Art License

Lee Fields — Faithful Man: 샤론 존스를 키우고 찰스 브래들리를 처음 투어에 데려간 이 남자는, 정작 자기 이름을 마흔 해 넘게 알리지 못했다

2026-09-09·
#Lee Fields#Soul#Funk#Daptone#숨은명곡

들어가며

샤론 존스, 찰스 브래들리 — 2010년대 소울 리바이벌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두 이름이다. 데뷔가 늦었던 무명의 중년 가수가 어느 순간 세계적으로 조명받았다는 서사로 두 사람 다 유명하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을 무대 위로 이끈 사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리 필즈(Lee Fields)다.

"리틀 JB", 제임스 브라운을 닮은 소년

리 필즈는 노스캐롤라이나 윌슨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뉴욕으로 옮겨 제임스 브라운의 무대에 매료됐고, 창법과 무대 매너가 브라운을 닮았다는 이유로 "리틀 JB"라는 별명을 얻었다.

1969년 데뷔 싱글 "Bewildered"를 냈고, 1970년대에는 훗날 스타가 되기 전의 쿨 앤 더 갱과 함께 투어를 돌며 무명 시절을 채웠다. 1973년 싱글 "Let's Talk It Over"는 그의 초기 대표곡으로 남았다.

디스코가 삼킨 시절

1970년대 말 디스코가 라디오를 장악하면서 그의 스타일 같은 정통 소울의 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1980년대 그는 사실상 음악계를 떠나 있었고, 임대 부동산을 관리하며 생계를 이었다.

무명의 세월이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샤론 존스를 키우고, 찰스 브래들리를 무대에 세우다

1990년대 들어 필즈는 조금씩 녹음을 재개했다. 1996년, 프로듀서 게이브리얼 로스가 마련한 한 세션에서 필즈의 백업 싱어로 선 무명 가수가 있었다 — 샤론 존스였다. 이 세션이 존스의 사실상 첫 도약대가 됐고, 로스는 이 인연을 계기로 훗날 데프톤 레코드를 세운다.

필즈는 또 찰스 브래들리를 자신의 첫 투어에 데려간 사람이기도 하다. 브래들리는 오랫동안 제임스 브라운 커버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무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데프톤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소울 리바이벌의 얼굴이 됐다. 정작 그 시작에 있던 필즈 자신은 한참 뒤에야 비슷한 조명을 받았다.

43년 만의 대표작, Faithful Man

1998년 데스코 레코드에서 낸 첫 정규 앨범 Let's Get a Groove On을 시작으로, 데스코가 갈라져 나온 데프톤과 소울 파이어에서 꾸준히 앨범을 냈다. 2009년 My World는 NPR이 "나이 들수록 완벽에 가까워진다"고 평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대중적 인지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전환점은 2012년, 브루클린의 트루스 앤 소울 레코드에서 밴드 디 익스프레션스와 함께 낸 Faithful Man이었다. 평단은 "지난 10년간 어느 아티스트가 낸 클래식 소울 앨범과 견줘도 손색없다"고 평했다. 데뷔로부터 43년 만에 나온, 커리어 최고의 평가였다.

타이틀곡 "Faithful Man"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끝까지 신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필즈 특유의 거칠고 절박한 창법이, 흔한 사랑 노래를 실제 삶의 무게가 실린 고백처럼 들리게 만든다.

왜 여전히 낯선 이름인가

같은 데프톤/트루스 앤 소울 계열에서 샤론 존스와 찰스 브래들리는 다큐멘터리와 대형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자리로 이어지는 스타덤을 얻었다. 필즈의 곡을 J. 콜과 트래비스 스콧이 샘플링할 만큼 힙합 신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인정받았지만, 정작 자기 이름으로는 그 정도의 대중적 파급력을 얻지 못했다.

2014년 후속작 Emma Jean 역시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2022년에는 그의 반세기 경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Lee Fields: Faithful Man까지 나왔다. 데뷔 반세기가 지나서야 자기 이름을 건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얼마나 오래 조명 바깥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다시 들어야 하는 이유

다른 사람의 커리어는 열어주면서 정작 자신의 무대는 늦게 찾아온 가수. "Faithful Man"은 그런 그가 40년 넘게 다듬어온 목소리로 부른, 신의에 대한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다.

샤론 존스와 찰스 브래들리를 좋아했다면, 그 두 사람의 시작에 있던 이 목소리를 아직 안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수록 앨범: Faithful Man (2012, Truth & Soul Records) 아티스트: Lee Fields & The Expressions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혼자, 볼륨을 조금 높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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