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Todd Edwards — Saved My Life: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신'이라 불린 프로듀서
뉴저지에서 태어난 영국 장르
UK 개러지, 그중에서도 투스텝은 이름 그대로 영국의 장르다. 1990년대 중반 런던의 클럽과 해적 라디오에서 자라난 소리이고, 잘게 쪼갠 보컬 샘플이 스킵하듯 튀는 리듬 위에 얹히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그 스킵하는 보컬 편집 기법의 원형을 만든 사람은 정작 영국인이 아니었다. 토드 에드워즈(Todd Edwards), 본명 토드 에드워드 임퍼라트리스(Todd Edward Imperatrice)는 1972년 뉴저지주 블룸필드에서 태어나 이스트오렌지·뉴어크 인근에서 자란 미국인이다.
엔야에게서 얻은 아이디어
에드워즈가 이 편집 스타일을 떠올린 계기는 다소 뜻밖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뉴에이지 가수 엔야(Enya)의 보컬 레이어링 방식에 매료됐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I listened to Enya and I was fascinated by the way she used her vocals – I was like 'what if I used the vocals as an instrument?'"
보컬을 노래가 아니라 악기처럼 쓸 수 있다는 발상. 에드워즈는 이 아이디어를 소울과 R&B 레코드에 그대로 적용했다. 음절 단위로 보컬을 잘라 피치를 바꾸고 재배열해서, 원곡에는 없던 멜로디와 리듬을 새로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10대 시절 그는 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대신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토니 험프리스 같은 DJ들의 라디오 믹스를 녹음해 반복해 들으며, 뉴저지 특유의 하우스 사운드를 독학으로 흡수했다.
Guide My Soul, 그리고 Saved My Life
1993년, 에드워즈는 더 메신저(The Messenger)라는 이름으로 뉴욕 Nervous Records에서 데뷔 싱글 "Guide My Soul"을 냈다. 매끈하게 다듬어지기 전 개러지 특유의 거친 소울감을 간직한 이 곡은, 이후 UK 개러지 신 전체가 참고할 프로토타입이 됐다.
뒤이어 1995년 나온 "Saved My Life"는 그 방법론을 한층 정교하게 다진 결과물이다. 인딥(Indeep)의 "Last Night a D.J. Saved My Life", 에벌린 "샴페인" 킹(Evelyn "Champagne" King)의 "The Show Is Over",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Love's in Need of Love Today",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의 "To Love Somebody" 등 소울·R&B 명곡 여러 곡의 보컬 조각이 이 트랙 안에 촘촘히 박혀 있다.
곡은 1996년 영국에서 FFRR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며 UK 차트 69위에 올랐다. 순위 자체는 높지 않았지만, 이 곡이 클럽과 해적 라디오에 남긴 영향은 차트 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다.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신'
에드워즈의 트랙들은 곧 런던 개러지 신의 필수 레퍼토리가 됐다. 터프 잼(Tuff Jam), 그랜트 넬슨(Grant Nelson), 제레미 실베스터(Jeremy Sylvester) 같은 초기 UK 개러지 프로듀서들이 그의 편집 기법을 연구하고 흡수했고, DJ들은 그의 트랙을 원래보다 몇 BPM 빠르게 틀며 해적 라디오 세트에 끼워 넣었다.
그렇게 신 안에서 그는 "토드 더 갓(Todd The God)"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원래 이 별명의 주인은 하우스 프로듀서 토드 테리(Todd Terry)였는데, 에드워즈가 사실상 그 자리를 물려받은 셈이었다.
정작 본인은 오랫동안 영국 땅을 밟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이 미국보다 영국에서 훨씬 크게 성공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여러 차례의 초청을 사양했다. 그가 처음으로 런던 클럽 무대에 선 건 2003년 1월 1일, DJ EZ가 마련한 파티에서였다 — "Guide My Soul"이 나온 지 꼬박 10년 만이었다. 관객들이 트랙 하나하나에 보인 격렬한 반응은, 정작 본인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다고 전해진다.
대서양을 건넌 영향력
에드워즈의 편집 스타일은 이후로도 계속 대서양을 오갔다. 프랑스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는 그를 자신들의 음악에 직접 영향을 준 인물로 꼽았고, 2001년 앨범 Discovery에 실린 "Face to Face"를 그와 공동 작업했다. 2013년에는 Random Access Memories 수록곡 "Fragments of Time"에 공동 작곡·보컬로 참여해 그래미 트로피까지 함께 받았다.
미국 소울 레코드를 잘라 만든 소리가 영국 개러지의 뼈대가 되고, 그 뼈대가 다시 프랑스 듀오의 손을 거쳐 세계적인 히트곡 안에 스며든 것이다.
Groove & Beyond의 자리
"Saved My Life"는 어느 나라의 장르인지 묻는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곡이다. 재료는 미국 소울과 R&B, 조립은 뉴저지의 방 안에서, 완성된 장르로서의 폭발은 런던의 클럽과 해적 라디오에서 일어났다.
에드워즈 자신은 그 폭발의 현장에 한동안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잘라둔 보컬 조각들은 이미 바다를 건너 있었다. 장르가 국경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것, Groove & Beyond가 계속 확인하고 싶은 지점이 정확히 여기에 있다.
수록: Saved My Life (싱글, 1995년 미국 발매 / 1996년 FFRR를 통해 영국 발매) 아티스트: Todd Edwards 레이블: FFRR (영국 발매 기준)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헤드폰으로, 보컬 조각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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