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kimedia Commons — CC BY 2.0
Terry Callier — I Don't Want to See Myself (Without You):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된 소울 가수를 애시드 재즈가 찾아냈을 때
시카고, 커티스 메이필드의 옆집
테리 콜리어(Terry Callier)는 1945년 시카고 노스사이드에서 태어나 카브리니-그린 주택단지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친구 중에는 훗날 커티스 메이필드가 되는 이웃과, 메이저 랜스, 제리 버틀러가 있었다.
1962년, 그는 체스 레코드 오디션에 나섰다. 그렇게 나온 데뷔 싱글이 "Look at Me Now"였다.
포크와 재즈 사이에서
대학 시절 콜리어는 포크와 재즈에 깊이 빠졌다. 시카고 클럽 무대에 섰고, 한때는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1964년 프레스티지 레코드의 프로듀서 새뮤얼 차터스를 만난 게 전환점이 됐다. 이 인연으로 1968년 데뷔 앨범 The New Folk Sound of Terry Callier가 나왔다.
1970년대 내내 그는 캐뎃(Cadet) 레이블에서 프로듀서 찰스 스테프니와 함께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앨범들을 냈다. 1979년 싱글 "Sign of the Times"는 그의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미국 R&B 차트(78위)에 오른 곡이었고,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무대로도 이어졌다.
음악을 접다
1983년, 콜리어는 갑작스러운 선택을 한다. 딸의 양육권을 얻은 그는 음악을 그만두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대학교에 취직해 낮에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밤에는 사회학 수업을 들었다.
같은 해, 그는 독립 레이블 이렉트(Erect)를 통해 싱글 하나를 냈다. 제목은 "I Don't Want to See Myself (Without You)". 그리고 이걸 마지막으로, 음악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레코드 한 장을 쫓은 사람
그런데 이 싱글이 조용히 컬렉터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영국 DJ들이 이 곡을 클럽에서 틀기 시작했고, 중고 레코드 가격은 치솟았다.
애시드 재즈 레이블의 설립자 에디 필러(Eddie Piller)가 이 곡에 꽂혔다. 그는 콜리어를 직접 찾아나섰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콜리어가 어딘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1990년 7월, 애시드 재즈는 "I Don't Want to See Myself (Without You)"를 재발매했다. 곡은 다시 영국 클럽 신을 휩쓸었고, 1991년부터 콜리어는 20년 가까운 공백을 깨고 다시 영국 무대에 섰다.
낮의 직업을 잃게 만든 상
1998년, 콜리어는 정식 컴백 앨범 Timepeace를 냈다. 미국에서는 버브 포어캐스트, 유럽과 영국에서는 길레스 피터슨의 토킹 라우드(Talkin' Loud)를 통해서였다.
이 앨범은 유엔이 수여하는 '평화를 위한 시간(Time For Peace)' 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수상 소식이 오히려 문제가 됐다. 시카고 대학교의 동료들이 그제서야 그의 음악 경력을 알게 됐고, 콜리어는 결국 그 자리에서 해고됐다.
낮의 직업과 밤의 음악, 둘 중 하나를 완전히 숨기고 살았던 사람이 상 하나 때문에 그 균형을 잃은 셈이었다.
다시 찾아온 이름들
이후 콜리어는 활발히 협업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베스 오턴의 1997년 EP Best Bit에서 프레드 닐의 "Dolphins"를 함께 불렀고, 오턴의 앨범 Central Reservation에도 참여했다. 2006년에는 매시브 어택의 "Live with Me"에 목소리를 얹었다.
2004년까지 다섯 장의 앨범을 더 냈다. 2012년 10월 27일, 콜리어는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예순일곱이었다.
Groove & Beyond에서
"I Don't Want to See Myself (Without You)"는 애시드 재즈가 무엇을 하는 장르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잊힌 곡을 다시 찾아내 그 가치를 증명하는 것.
포크의 기타, 재즈의 화성, 소울의 목소리 — 콜리어의 음악은 처음부터 장르를 나누지 않았다. Groove & Beyond가 계속 찾아다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장르가 서로를 가르기 전에 이미 하나였던 자리.
수록: I Don't Want to See Myself (Without You) (1983, Erect / 1990 Acid Jazz 재발매) 아티스트: Terry Callier 컴백 앨범: Timepeace (1998, Verve Forecast / Talkin' Loud)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불 하나만 켜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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