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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 BeyondRobert Glasper — Cherish the Day: 재즈 트리오가 세이드의 발라드를 커버해 그래미 R&B 앨범상을 받기까지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Blue Note Records)

Robert Glasper — Cherish the Day: 재즈 트리오가 세이드의 발라드를 커버해 그래미 R&B 앨범상을 받기까지

2026-09-01·
#Robert Glasper#Neo Soul#Acid Jazz#Lalah Hathaway#Sade Cover

재즈 레이블에서 나온 R&B 앨범상 수상작

2013년 그래미 시상식, Best R&B Album 트로피는 재즈 레이블 Blue Note Records에서 나온 앨범에게 돌아갔다.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의 Black Radio(2012)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이끄는 밴드가 R&B 부문에서 상을 받은 사건 자체가, 이 앨범이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요약해준다.

가스펠과 힙합 사이에서 자란 피아니스트

글래스퍼는 휴스턴 출신이다. 가스펠 피아니스트이자 보컬이었던 어머니에게서 처음 건반을 배웠고, 뉴스쿨 대학에서 재즈를 공부했다.

졸업 후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 색소포니스트 케니 개럿 같은 정통 재즈 연주자들과 무대에 섰지만, 동시에 뮤지션 빌랄(Bilal)의 데뷔 앨범과 투어에 참여하면서 힙합 신과도 깊이 얽혔다. 이 인연으로 Q-팁(A Tribe Called Quest), 모스 데프(Mos Def) 같은 힙합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하게 된다.

재즈와 가스펠, 힙합이 한 사람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던 셈이다.

Black Radio라는 실험

이 배경이 고스란히 반영된 밴드가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Robert Glasper Experiment)다. 베이시스트 데릭 하지, 드러머 크리스 데이브, 그리고 색소폰과 보코더를 오가는 케이시 벤저민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뮤지션 셋"이 아니라, 하나의 R&B·힙합 밴드처럼 움직이는 걸 목표로 삼았다.

2012년 낸 Black Radio는 그 목표를 앨범 단위로 실현한 결과물이다. 에리카 바두, 빌랄, 뮤지크 소울차일드, 야신 베이(옛 모스 데프), 르디시, 크리셋 미셸 등 R&B·힙합 보컬리스트들을 대거 초대해, 재즈 트리오 편성 위에 그들의 목소리를 얹었다.

세이드의 노래에 라라 하더웨이의 목소리를

앨범 안에서 유일한 커버곡이 "Cherish the Day"다. 원곡은 세이드(Sade)가 1992년 앨범 Love Deluxe에 실은 곡으로, 이듬해 영국에서 싱글로도 나왔다.

사랑을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다짐으로 그린 노래다. "오늘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후렴이 반복되며, 사랑이란 한 번의 맹세가 아니라 하루하루 다시 선택하는 일이라는 태도를 담는다.

이 곡을 부른 건 라라 하더웨이(Lalah Hathaway). 소울 싱어 도니 하더웨이의 딸이자, 본인도 R&B와 재즈를 넘나드는 목소리로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보컬리스트다.

보코더와 색소폰, 한 테이크

이 트랙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케이시 벤저민의 연주다. 그는 곡 전반부에 보코더로 배경 코러스를 넣고, 중간에 색소폰 솔로를 연주한 뒤, 다시 보코더로 돌아와 하더웨이와 함께 배경 보컬을 이어간다 — 이 모든 걸 한 테이크 안에서 소화했다. 글래스퍼는 훗날 이 솔로를 "Black Radio를 Black Radio답게 만든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색소폰과 보코더가 한 사람의 손과 입에서 번갈아 나오는 이 구성 자체가, 재즈 악기와 R&B 사운드가 실제로 한 몸에서 만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벤저민은 2024년 3월 세상을 떠났다. "Cherish the Day"는 그가 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는지를 여전히 들려주는 트랙으로 남아 있다.

이어진 인연

하더웨이와 글래스퍼의 협업은 이 트랙 한 곡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함께 작업을 이어갔고, 2015년 "Jesus Children"으로 함께 그래미 Best Traditional R&B Performance를 받았다. Black Radio에서 시작된 인연이 계속 상을 낳은 셈이다.

2026년 현재도 글래스퍼는 Black Radio 시절 함께했던 얼굴들과 무대에 서고 있다. 8월 26일 뉴저지 레드뱅크 공연에는 앨범에 참여했던 빌랄이 스페셜 게스트로 함께한다.

Groove & Beyond의 자리

재즈 레이블에서 나온 앨범이 R&B 부문 그래미를 받고, 그 안의 한 곡은 소울 보컬리스트가 부른 세이드 커버이며, 그 커버를 완성한 건 보코더와 색소폰을 오가는 한 연주자의 원테이크 솔로다.

장르를 나누는 선이 얼마나 편의적인 것인지, "Cherish the Day" 한 곡이 여러 겹으로 증명한다.


수록: Cherish the Day (Black Radio 수록, 2012년 2월 28일 발매) 아티스트: Robert Glasper Experiment feat. Lalah Hathaway 레이블: Blue Note Records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조명을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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