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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Nubians — One Step Forward: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두 자매의 목소리에, 웨스트 런던 브로큰비트가 손을 얹었을 때
두 장의 바이닐이 같은 날 돌아왔다
2026년 1월 23일, 프랑스-카메룬계 자매 듀오 Les Nubians의 초기작 두 장이 나란히 바이닐로 재발매됐다.
데뷔작 Princesses Nubiennes(1998)는 블루 바이닐로, 두 번째 앨범 One Step Forward(2003)는 화이트·오렌지 바이닐로 나왔다. 둘 다 2LP 구성이다.
두 앨범 사이에는 5년의 간격이 있지만, 이번 재발매는 두 작품을 한 세트처럼 묶어서 다시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One Step Forward는 이 자매의 음악이 애시드 재즈·브로큰비트 신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차드에서 자란 목소리
Les Nubians는 엘렌(Hélène)과 셀리아(Célia) 포사르(Faussart) 자매로 이뤄진 듀오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카메룬인 어머니 사이에서 파리에 태어났다.
1985년, 가족은 차드로 이주했다. 자매는 그곳에서 7년을 살았고, 이 시기에 흡수한 아프리카 음악이 이후 이들의 사운드에 짙게 남았다. 10대가 되어 보르도로 돌아온 뒤 아카펠라와 슬램 포에트리로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작 Princesses Nubiennes(1998)의 싱글 "Makeda"는 빌보드 R&B 차트에 오르며, 미국 라디오에서 25년 만에 나온 프랑스어 히트곡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초반에 반응이 미미했지만, 미국에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두 번째 앨범, 더 넓어진 지도
One Step Forward는 2003년 3월, Higher Octave와 Virgin 레이블로 나왔다. 녹음은 자메이카, 카메룬과 코트디부아르, 뉴욕, 파리를 오가며 진행됐다.
첫 앨범이 프랑스어 중심의 아카펠라적 질감에 가까웠다면, 이 앨범은 레게·R&B·서아프리카 리듬을 뒤섞은 더 넓은 팔레트를 시도한다. 자매는 한 문장 안에서도 프랑스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노래한다.
수록곡 중 "Immortel Cheikh Anta Diop"에는 카메룬 출신 재즈 거장 마누 디방고(Manu Dibango)가 마림바로 참여했고, 앨범 곳곳에 리샤르 보나(Richard Bona) 등 아프리카 디아스포라를 잇는 연주자들의 이름이 보인다.
웨스트 런던에서 온 프로듀서
이 앨범에서 여러 트랙의 프로듀싱을 맡은 인물이 IG Culture다. 그는 1990년대 웨스트 런던에서 태동한 브로큰비트(broken beat) 신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이 장르에 이름을 붙인 사람이기도 하다.
브로큰비트는 애시드 재즈 신과 인적으로 겹치며 자라난 장르다. 재즈-퓨전, 펑크, 소울의 리듬을 잘게 쪼개고 재조립하는 방식이 특징이고, IG Culture는 Bugz in the Attic 같은 웨스트 런던 콜렉티브의 핵심 인물로도 활동했다.
타이틀곡 "One Step Forward"와 "La Guerre"를 포함해 앨범의 상당 부분을 IG Culture가 프로듀싱했다. 매끈하면서도 통통 튀는 리듬감이 두 트랙의 공통된 인상으로 꼽힌다.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자매의 화성 위에, 웨스트 런던 클럽 신의 언어가 얹힌 조합이다.
랩과 마림바 사이, 개인적인 이야기들
앨범의 첫 싱글 "Temperature Rising"에는 랩퍼 탈립 콸리(Talib Kweli)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영어 가사와 랩이 결합된 이 곡은 라디오 친화적인 시도였지만, 평단에서는 프랑스어로 부를 때의 매끄러움에 비해 다소 어색하게 얹힌 조합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가사의 결은 곡마다 다르다. "La Guerre"는 예외적으로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다.
전쟁이 낳는 고통을 이야기하며, 그런 폭력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되묻는다.
반면 "Insomnie"나 "Amour à Mort" 같은 곡들은 더 사적인 결의 가사를 담고 있다.
불면과 사랑, 관계 속 감정의 기복처럼 개인적인 순간들을 그린다.
정치적인 것과 지극히 사적인 것이 한 앨범 안에 공존하는 구성이다.
Groove & Beyond의 자리
애시드 재즈와 브로큰비트는 종종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장르로 이야기된다. One Step Forward는 그 갈라진 가지 하나가 R&B·네오소울 보컬과 다시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프랑스어로 화성을 쌓는 자매의 목소리와, 웨스트 런던 클럽에서 다져진 프로듀서의 리듬 감각. 이 두 가지가 한 트랙 안에서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걷는다는 것 자체가, 장르의 경계가 얼마나 유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026년의 재발매를 계기로 이 앨범을 처음 듣는다면, 타이틀곡부터 시작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수록: One Step Forward (One Step Forward 수록, 2003년 3월 발매 / 2LP 바이닐 재발매, 2026년 1월 23일) 아티스트: Les Nubians 레이블: Higher Octave / Virgin Records 추천 청취 환경: 창문을 열고, 낯선 언어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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