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kimedia Commons — CC BY-SA 2.0
James Taylor Quartet — Blow-Up: '애시드 재즈'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이미 그 사운드였다
들어가며
1987년 4월, 결성된 지 2년 된 켄트 출신 오르간 밴드가 데뷔 싱글을 냈다. 곡 이름은 "Blow-Up", 원곡은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쓴 동명 영화음악이었다.
이 싱글이 던진 파장은 밴드 하나의 성공을 훌쩍 넘어섰다.
안토니오니에서 켄트의 창고로
"Blow-Up"은 1966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동명 영화를 위해 허비 행콕이 쓴 테마곡이다. 오르가니스트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가수 제임스 테일러와는 동명이인)는 모드 리바이벌 밴드 The Prisoners에서 해먼드 오르간을 연주하다가, 1985년 형제 데이비드와 옛 동료들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건 콰르텟을 결성했다.
베이스에는 역시 The Prisoners 출신인 앨런 크록포드, 드럼에는 The Daggermen 출신 사이먼 하워드가 자리했다. 밴드는 당시 런던에서 유행하던 레어그루브·재즈펑크 사운드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행콕의 테마를 펑키한 오르간 리프로 다시 편곡했다.
존 필이 반한 7인치
1987년 4월, "Blow-Up"은 "One Mint Julep"과 함께 7인치 싱글로 나왔다. 발매처는 에디 필러(Eddie Piller)가 운영하던 신생 레이블 Re-Elect the President였다.
BBC 라디오 1의 존 필이 이 싱글을 자신의 방송에서 꾸준히 틀었고, 그 해 연말 청취자 투표로 뽑는 페스티브 피프티(Festive Fifty)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디 차트를 타고 올라간 이 한 장의 레코드가, 결국 필러의 레이블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름이 생기기 전의 사운드
1년 뒤인 1988년, 필러는 폴리도어와 막 계약한 JTQ를 매니징하고 있었다. 친구였던 DJ 질스 피터슨(Gilles Peterson)과 함께 자신들이 몸담은 신을 어떻게 부를지 이야기하다가, 애시드 하우스라는 이름을 살짝 비틀어 "애시드 재즈"라는 말을 반쯤 농담으로 지어냈다.
필러 본인이 훗날 밝힌 것처럼, 그 농담의 배경에는 다름 아닌 JTQ가 있었다. 장르 이름이 생기기도 전에, 이 밴드의 사운드가 이미 그 이름이 가리킬 것을 정확히 연주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Re-Elect the President는 훗날 이름 그대로 Acid Jazz Records가 됐다.
Groove & Beyond의 자리
Galliano가 "애시드 재즈"라는 장르명을 되찾아온 밴드였다면, James Taylor Quartet은 애초에 그 이름이 붙기 전부터 같은 자리에 있던 밴드다.
"Blow-Up" 한 곡은, 장르 이름이 마케팅 용어가 되기 전에 이미 그 사운드가 클럽 안에 살아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수록: Blow-Up (1987, Re-Elect the President 7") 아티스트: James Taylor Quartet 원곡: Herbie Hancock, "Blow-Up" (1966 영화음악)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낮은 조명 아래 오르간 리프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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