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l St Soul — Until You Come Back to Me: 커버곡 데모 하나가, 밴드 자체를 만들었다
들어가며
스티비 원더가 쓰고 아레사 프랭클린이 불러 명곡 반열에 올린 "Until You Come Back to Me (That's What I'm Gonna Do)"는 이후로도 수많은 아티스트가 리메이크했다. 그런데 이 곡의 커버 버전 하나는, 노래 자체보다 더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 이 곡을 부른 홈 데모 테이프가, 아예 그룹 하나를 만들어냈다.
열다섯 살이 쓰고, 아레사가 완성한 노래
스티비 원더는 열다섯 살이던 1965년 이 곡을 썼고, 1967년 직접 녹음했다. 그러나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고, 1977년 컴필레이션 Looking Back에 실리기 전까지는 정식 앨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 곡을 세상에 알린 건 아레사 프랭클린이었다. 원더가 직접 이 곡을 들려준 뒤, 프랭클린은 아리프 마딘과 제리 웩슬러의 프로듀싱으로 1973년 앨범 Let Me in Your Life에 녹음해 실었다. 1974년 2월 23일 자 빌보드 R&B 차트 1위, 핫100 3위에 올랐고, RIAA 골드 인증을 받으며 그해 빌보드 연말 싱글 차트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로도 리오 세이어(1983, 영국 51위), 루서 밴드로스("Superstar"와 메들리로, 1983~84, R&B 5위), 미키 하워드(1990, R&B 3위), 바시아(1990, AC 33위) 등이 저마다의 버전을 냈다.
데모 테이프가 만든 그룹
Hil St Soul의 힐러리 음웰와(Hilary Mwelwa)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런던으로 이주했다. 아버지의 소울 레코드 컬렉션을 들으며 자랐고,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그 길 대신 음악을 택했다.
그가 집에서 녹음한 데모 중 하나가 아레사 프랭클린의 "Until You Come Back To Me"를 부른 버전이었다. 이 테이프가 런던 할로웨이 로드의 한 스튜디오 주인 귀에 들어갔고, 그 인연으로 프로듀서 빅터 레드우드-소이어(Victor Redwood-Sawyerr)를 소개받았다. 같은 자리에서 래퍼 토니 로튼(Tony Rotton, Blak Twang)과도 연을 맺었다.
음웰와와 레드우드-소이어의 파트너십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이후 네 장의 앨범을 함께 냈고, 대서양 양쪽에 걸친 팬층과 런던 재즈·소울 공연장의 꾸준한 매진 기록을 쌓았다.
데뷔 앨범 속 그 곡
1999년 나온 데뷔 앨범 Soul Organic(Dome Records)에 이 곡의 어쿠스틱 버전이 실렸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끈 노래를, 데뷔작에 다시 새겨넣은 셈이다.
이 곡은 미국 스무스 재즈 라디오에서 꾸준히 재생되며 Hil St Soul의 언더그라운드 팬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Jazz FM을 비롯한 소울·스무스 재즈 방송국의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음악적 특징
- 원곡의 웅장한 피아노 인트로 대신, 통기타와 절제된 보컬로 채운 어쿠스틱 편곡
- 힐러리 음웰와 특유의 담백하고 차분한 톤 — 아레사의 파워풀한 창법과는 정반대 방향의 해석
- 여백을 살린 네오소울 프로듀싱, 빅터 레드우드-소이어의 초기 색깔이 드러나는 편곡
Groove & Beyond의 자리
좋은 커버는 원곡의 정서를 다른 언어로 옮긴다. Hil St Soul의 "Until You Come Back To Me"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커버 자체가 새로운 목소리 하나를 세상에 데려다 놓은 사례다. 노래 한 곡이 때로는 커리어 전체의 문을 연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드물다.
수록: Soul Organic (1999, Dome Records) 아티스트: Hil St Soul 원곡: Aretha Franklin, "Until You Come Back to Me (That's What I'm Gonna Do)" (1973, 작곡: Stevie Wonder·Morris Broadnax·Clarence Paul) 추천 청취 환경: 비 오는 저녁, 창가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