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El Michels Affair — C.R.E.A.M.: 우탱 클랜을 라이브 밴드로 되돌려놓은 브루클린의 실험
들어가며
소울 밴드가 힙합 앨범 하나를 통째로 다시 연주한다면 어떤 소리가 날까. 2009년, 브루클린의 밴드 엘 미첼스 어페어(El Michels Affair)는 그 질문에 실제로 답을 내놨다. 우탱 클랜(Wu-Tang Clan)의 곡들을 가사 없이, 라이브 세션 밴드의 편성으로 완전히 다시 연주한 것이다.
소울 신에서 온 밴드
밴드를 이끈 레온 미첼스(Leon Michels)는 원래 낯선 이름이 아니다. 샤론 존스 앤 더 뎁-킹스(Sharon Jones & The Dap-Kings)의 창단 멤버였고, 트루스 앤 소울(Truth & Soul) 레이블을 공동 설립했으며, 뎁톤(Daptone) 계열 레이블에서도 활동했다. 빈티지 소울 사운드를 현재로 되살리는 씬 한복판에 있던 인물이다.
7인치 두 장에서 시작된 것
시작은 작았다. 밴드는 "C.R.E.A.M."과 "Bring Da Ruckus" 두 곡을 인스트루멘탈로 재해석한 7인치 싱글을 냈다. 전 세계에서 7천 장 넘게 팔리며 밴드의 커리어에서 가장 잘 팔린 레코드가 됐다.
이 반응에 힘입어 인디 힙합 레이블 팻 비츠(Fat Beats)와 계약을 맺었고, 우탱 클랜의 곡들을 앨범 한 장 분량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나온 게 Enter the 37th Chamber(2009)다. 제목부터 우탱 클랜의 데뷔작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대로 베끼지 않는다는 원칙
밴드가 세운 규칙은 명확했다. RZA의 프로듀싱은 샘플과 스크래치, 특유의 로파이 질감으로 워낙 독창적이어서, 라이브 밴드가 그대로 재현하려 하면 오히려 어색해진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미첼스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원곡을 그대로 따라 연주하는 대신, 관악기와 현악기 편곡을 새로 얹고 각 곡을 "우탱에서 영감받은 독립된 곡"으로 다시 짰다. 힙합을 낳은 70년대 소울·펑크·영화음악의 질감으로 거슬러 올라가, 거기서부터 다시 쌓아 올린 셈이다.
RZA가 직접 들으러 왔다
녹음 당시 밴드는 스튜디오 절반을 한 힙합 레이블에 세주고 있었는데, 마침 옆방에서 RZA가 영화 아프로 사무라이 사운드트랙 작업을 하고 있었다. RZA는 직접 트랙들을 듣고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탱 클랜을 만든 사람이, 자신들의 곡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을 인정한 순간이었다.
Groove & Beyond에서
Enter the 37th Chamber는 힙합을 그대로 커버한 앨범이 아니다. 힙합이 원래 샘플링해왔던 소울·펑크의 질감으로 되돌아가, 그 자리에서 다시 연주한 결과물이다. 방향이 거꾸로였을 뿐, 논리는 똑같다 — 장르는 서로의 재료가 되고, 그 재료는 다시 새로운 곡이 된다.
2026년, 크림슨 스트라이크 컬러 바이닐과 새 패키징으로 이 앨범이 다시 나온다. 15년이 넘도록 이 되감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수록 앨범: Enter the 37th Chamber (2009, Fat Beats / 2026 재발매) 아티스트: El Michels Affair 원곡: Wu-Tang Clan — "C.R.E.A.M." (1993)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드라이브, 창밖은 도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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