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Brainz Cover Art Archive — 자유 라이선스 아님, 레이블/저작권자 소유
Cymande — The Message: 아폴로 극장을 처음 헤드라인한 영국 밴드가, 정작 자국에서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자메이카, 가이아나, 세인트빈센트에서 만난 사람들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키피오(Steve Scipio)와 기타리스트 패트릭 패터슨(Patrick Patterson)은 재즈 퓨전 밴드 메트르(Metre)에서 함께 연주하며,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타악기 주자 진저 존슨(Ginger Johnson)의 영향을 흡수했다. 1971년, 두 사람은 런던에서 새 밴드를 꾸렸다.
카리브해 디아스포라 공동체 출신 연주자 아홉 명이 모였다 — 자메이카, 가이아나, 세인트빈센트 등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이들이었다. 밴드 이름 '사이만드(Cymande)'는 칼립소 노래에서 따온 단어로 '비둘기'를 뜻하며, 평화와 화합을 상징했다.
이들의 사운드에는 펑크, 소울, 레게, 록, 아프리카 음악, 칼립소, 재즈가 뒤섞여 있었다. 스스로는 이 혼종을 '냐-록(nyah-rock)'이라 불렀다.
데뷔 싱글이 미국에서 먼저 반응하다
1972년, 데뷔 싱글 "The Message"가 재너스 레코드(Janus Records)에서 나왔다. 빌보드 핫 100 48위, R&B/힙합 송 차트 22위에 올랐다. 뒤이어 나온 동명의 데뷔 앨범도 미국 팝·R&B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영국 내 반응은 사뭇 달랐다. 자국 음악 산업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아폴로를 헤드라인한 최초의 영국 밴드
1973년, Cymande는 뉴욕 아폴로 극장을 헤드라인한 최초의 영국 밴드로 기록됐다. 같은 해 Soul Train 무대에도 섰고, 알 그린(Al Green)·맨드릴(Mandrill)·램지 루이스(Ramsey Lewis) 같은 이름들과 함께 투어에 나설 기회도 얻었다.
미국에서 쌓아 올린 이 성과는, 정작 고국에서의 처지와 뚜렷하게 대비됐다.
"우리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스키피오는 훗날 당시 영국 음악 산업이 흑인 뮤지션을 특정 틀 안에 가둬 두려 했다고 돌아봤다.
같은 시기 자유롭게 새 시도를 이어가던 백인 동료 뮤지션들에게 열려 있던 문이, 자신들에게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는 게 스키피오의 회고다. 패터슨은 그렇다고 타협하는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온도차 속에서 밴드는 세 장의 앨범을 남기고 1974년 해체했다.
샘플러들이 먼저 알아본 밴드
해체 이후 Cymande라는 이름은 한동안 잊혔지만, 그루브는 사라지지 않았다. "Bra"는 1980년대 초 뉴욕 브롱크스 힙합 DJ들의 턴테이블에 자주 올라간 곡이었고, 이후 슈가힐 갱, 갱 스타, 디 라 소울, EPMD, 우탱 클랜, 퓨지스, MC 솔라 같은 이름들이 "Bra", "Dove", "The Message"를 샘플링했다. 퓨지스는 "Dove"를 허락 없이 사용했다가, 스키피오와 패터슨에게 상당한 액수의 저작권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도 영화 <크루클린>(1994)과 <25시>(2002)에 "Bra"를 사용했다.
아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한 자신들
스키피오는 자신의 음악이 아이들이 듣는 곡들 속에 조각조각 섞여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아차렸다.
아이들이 듣던 노래 속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려오는 걸 알아챈 뒤에야, 자신들의 음악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 실감했다는 게 스키피오의 회고다.
41년 만의 새 앨범, 그리고 다큐멘터리
밴드는 2006년 한 차례 재결합 무대에 섰고,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다시 뭉쳤다. 2015년에는 해체 41년 만의 새 앨범 A Simple Act of Faith를 냈고, 2016년에는 1973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투어에 나섰다.
2022년에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가 공개됐고, 2025년 1월에는 1970년대 원년 사운드로 돌아간 새 앨범 Renascence를 발표했다.
Groove & Beyond에서
Cymande는 자기 노래가 세상에 얼마나 퍼졌는지도 모른 채 해체한 밴드였다. 그 공백을 채운 건 정작 자신들이 아니라, 그루브를 알아본 힙합 세대의 턴테이블이었다.
Groove & Beyond가 계속 되짚고 싶은 지점도 여기다 — 한 시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운드가, 전혀 다른 세대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
수록: The Message (1972, Janus Records) 아티스트: Cymande 수록 앨범: Cymande 추천 청취 환경: 흐린 오후, 낡은 턴테이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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