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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EssentialsMarvin Gaye — What's Going On: R&B가 세상에 말을 건 날

Marvin Gaye — What's Going On: R&B가 세상에 말을 건 날

2026-06-30·
#Marvin Gaye#Classic R&B#Soul#70s#필청

들어가며

R&B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어디서 시작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앨범을 꺼낸다.

What's Going On — 마빈 게이가 1971년에 발표한 이 앨범은 단순히 '좋은 음악'이 아니다. R&B라는 장르가 단순한 댄스 뮤직을 넘어, 사회와 대화하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선언문이다.

시대적 배경

1971년의 미국은 혼돈 그 자체였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 흑인 민권 운동의 여파, 마약과 빈곤의 확산. 마빈 게이의 동생 프랭키는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마빈은 음악으로 답하기로 했다.

당시 Motown 레이블의 수장 베리 고디는 이 앨범을 처음에 거부했다.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였다. 마빈 게이는 굽히지 않았다.

음악적 혁신

타이틀 트랙 "What's Going On"에는 파티 소음, 대화 소리, 새소리가 뒤섞여 있다. 노래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트랙으로 이어지는 조곡(suite) 구조는 당시 R&B에서 보기 힘든 형식이었다.

마빈 게이는 이 앨범에서 기존 Motown의 공식 — 밝고 경쾌한 러브 송 — 을 완전히 벗어났다:

  •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재즈 코드 진행이 결합된 편곡
  • 자신의 목소리를 겹쳐 만든 페이즐리 하모니 (한 사람이 합창을 만든다)
  • 환경, 가난, 사랑을 하나의 서사로 묶는 컨셉 앨범 구조

필청 트랙 3

"What's Going On" — 오프닝. 파티에서 돌아온 퇴역군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첫 10초만 들어도 분위기가 느껴진다.

"Mercy Mercy Me (The Ecology)" — 환경 오염을 소재로 한 노래. 1971년에 이 주제를 R&B로 풀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멜로디는 달콤하고, 가사는 처연하다.

"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 앨범의 마지막 트랙. 가장 어둡고 가장 무겁다. 피아노 루프 위에 마빈의 목소리가 쌓이면서 절망과 체념, 그리고 그것을 버티는 힘이 동시에 느껴진다.

지금 들어도 새로운 이유

50년이 넘었지만 이 앨범의 질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2015)나 프랭크 오션의 Blonde(2016)가 왜 그렇게 들리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여기서 출발하면 된다.

R&B가 소울이 되고, 소울이 세상에 말을 거는 방식 — 그 모든 것이 이 앨범 44분 안에 담겨 있다.


앨범: What's Going On (1971) 아티스트: Marvin Gaye 레이블: Tamla / Motown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혼자, 헤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