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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GemsRachelle Ferrell — With Open Arms: 음반사들이 "자리가 다 찼다"고 돌려보낸 여섯 옥타브의 목소리

Rachelle Ferrell — With Open Arms: 음반사들이 "자리가 다 찼다"고 돌려보낸 여섯 옥타브의 목소리

2026-07-19·
#Rachelle Ferrell#Jazz-Soul#90s R&B#Capitol Records#숨은명곡

들어가며

레코드사에서 온 편지는 대부분 비슷한 문장으로 끝났다. "당신은 훌륭하다. 다만 흑인 여성 보컬 자리는 이미 다 찼다."

Rachelle Ferrell이 실제로 받았던 거절 편지들의 내용이다. 여섯 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과 휘슬 레지스터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였는데도, 오랫동안 그를 원하는 레이블은 없었다.

일본에서 먼저 알아본 목소리

Ferrell은 1961년 펜실베이니아 버윈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에 노래를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정식으로 배웠다. 열세 살에는 바이올리니스트로, 10대 중반부터는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로 무대에 섰다. 버클리 음악대학에도 진학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는 Lou Rawls, Patti LaBelle, Vanessa Williams 같은 스타들의 백업 보컬로 활동했다. 정작 자신의 이름을 건 데뷔작 Somethin' Else(훗날 First Instrument로 재발매)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그것도 도시바-EMI 산하 Somethin' Else Records를 통해서만 1990년에 나왔다. 이 앨범이 미국과 유럽에서 정식 발매되기까지는 5년이 더 걸렸다.

"흑인 여성 보컬 자리가 다 찼어요"

미국 레이블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Ferrell은 훗날 US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레코드사들한테서 편지를 받곤 했다. '친애하는 Rachelle, 당신은 훌륭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흑인 여성 보컬 자리를 이미 다 채웠다'는 내용이었다."

이 벽을 넘은 건 1992년이었다. Capitol Records(정확히는 산하 Manhattan Records)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두 번째 앨범 Rachelle Ferrell을 냈고, 이 앨범은 미국 RIAA 골드 인증을 받았다.

17초짜리 롱톤

이 앨범에 실린 "With Open Arms"는 Ferrell 본인과 Dave Robinson이 함께 쓴 곡이다. 이 트랙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순전히 기술적인 것이다 — 곡 안에서 그는 한 음을 17초 동안 흔들림 없이 끌고 간다.

여섯 옥타브 음역과 휘슬 레지스터까지 오가는 그의 목소리는 당대 평자들 사이에서 Mariah Carey, Minnie Riperton과 나란히 언급되곤 했다. 다만 Carey와 달리 Ferrell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지 못했다.

장르 하나로 규정되길 거부하다

Ferrell은 재즈, R&B, 팝, 가스펠, 클래식을 오가며 노래했다. 한 인터뷰에서 재즈와 팝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자, 그는 몸의 어느 부위를 포기하겠냐고 되묻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나는 팝, R&B, 재즈, 가스펠, 클래식 세계에서 모두 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이런 태도는 2000년 앨범 *Individuality (Can I Be Me?)*에서 결실을 봤다. George Duke가 프로듀싱한 이 앨범은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16만 장 넘게 팔렸다. 다만 이 성공도 '재즈'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였다 — 정작 그가 거부했던 장르 분류의 벽 자체는 끝내 허물어지지 않았다.

"돌아온다면, 두 팔 벌려"

화자는 한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서도 마음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가 돌아온다면 두 팔 벌려 맞아주겠다고 다짐한다.

화려한 원망도, 자존심을 세우는 가사도 없다. 그 담백함 위에 얹힌 17초짜리 롱톤이 이 곡을 오래 남게 만든 이유다.

Hidden Gems의 자리

레코드사들이 "자리가 다 찼다"며 돌려보낸 목소리가, 훗날 Mariah Carey와 같은 문장 안에서 언급되는 음역을 가진 가수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시장이 알아보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는 뜻이고, 그 재능이 결국 한 장르 안에서만 인정받는 데 그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With Open Arms"는 그 좁은 인정의 틀 바깥에 있는 곡이다. 히트 싱글도, 화제성도 없었지만, 한 음을 17초 동안 흔들림 없이 끌고 가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지금 다시 들을 이유는 충분하다.


수록 앨범: Rachelle Ferrell (1992, Manhattan/Capitol Records) 아티스트: Rachelle Ferrell 보컬 특징: 6옥타브 음역대, 휘슬 레지스터 추천 청취 환경: 혼자, 조용한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