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lis — Ghetto Children: '밀크쉐이크' 4년 전, 이미 완성돼 있던 목소리
들어가며
Kelis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2003년 "Milkshake"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그 히트곡이 나오기 4년 전, 스무 살의 Kelis는 이미 완성된 목소리로 데뷔 앨범을 냈다. 1999년 12월 7일 발매된 Kaleidoscope다. "Milkshake"로 그녀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 앨범부터가 사실은 "발견"해야 할 대상이다.
비평과 성적의 큰 간극
Kaleidoscope는 평단으로부터 폭넓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빌보드 200 144위에 그치며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영국에서 앨범차트 43위에 오르며 골드 인증을 받았고, 2006년 11월 기준 영국 판매량(16만 7천여 장)이 미국 판매량(24만 9천여 장)에 근접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 반응이 좋았던 앨범이다. 프로듀서 전곡을 맡은 The Neptunes(Chad Hugo·Pharrell Williams)의 이름값에 비해서도, 이 앨범 자체의 재평가는 한참 뒤에야 이뤄졌다.
Ghetto Children이라는 트랙
앨범 9번 트랙 "Ghetto Children"은 이 앨범에서도 특히 덜 조명된 곡이다. Marc Dorsey와 함께, 당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N.E.R.D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이게 N.E.R.D가 어떤 트랙에서든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Chad Hugo, Pharrell Williams, 그리고 N.E.R.D의 멤버이기도 한 Shae Haley(Richard "Riq" Walters)가 함께 쓰고 프로듀싱했다.
곡은 Slick Rick의 "Hey Young World"와 Doug E. Fresh & Slick Rick의 "La Di Da Di"를 샘플링해서, 어려운 동네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재구성했다. 후렴은 "Wake up, wake up, ghetto children"을 반복하고, 벌스는 가정 폭력이나 반복되는 악순환 같은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1999년 R&B 앨범치고는 꽤 대담한 사회적 발언이었다.
왜 지금 다시 들어야 하나
이 곡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좋은 노래"라서가 아니다. Neptunes 특유의 미니멀하고 미래적인 비트 위에, Kelis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갓 결성된 N.E.R.D의 랩이 겹쳐지는 순간은 이후 2000년대 힙합소울/얼터너티브 R&B가 갈 방향을 미리 보여준다. 지금 SZA, Summer Walker, Jhené Aiko 같은 아티스트들의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어떤 DNA를, 이 앨범은 1999년에 이미 갖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Hidden Gems의 자리
Kaleidoscope가 저평가된 이유는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였다. "Milkshake"라는 압도적인 히트곡이 나오기 전이라, 이 앨범이 가진 실험성과 사회적 발언을 받아줄 준비가 시장에 덜 되어 있었다. "Ghetto Children"은 그 증거 중에서도 가장 조용히 묻힌 트랙이다. N.E.R.D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자리이자, Kelis가 대중적 히트 이전에 이미 완성된 아티스트였다는 걸 보여주는 곡을, 이제라도 제자리에 돌려놓을 시간이다.
수록 앨범: Kaleidoscope (1999) 아티스트: Kelis (feat. N.E.R.D & Marc Dorsey) 프로듀서: The Neptunes 추천 청취 환경: 이른 새벽, 헤드폰으로 베이스 라인에 집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