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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 BeyondGalliano — Acid Jazz Revenge: 장르 이름을 만든 밴드가 30년 만에 되찾아온 것

Galliano — Acid Jazz Revenge: 장르 이름을 만든 밴드가 30년 만에 되찾아온 것

2026-07-08·
#Galliano#Acid Jazz#UK Soul#Talkin' Loud#Rob Gallagher

장르의 이름을 그대로 쓴 밴드

밴드 이름이 곧 장르 이름인 경우는 흔치 않다. Galliano가 그런 드문 사례다. 1988년, 런던의 DJ 겸 레이블 운영자였던 Eddie Piller와 Gilles Peterson이 "Acid Jazz Records"라는 레이블을 막 시작했을 때, 그 레이블의 첫 발매작이 바로 이 밴드의 데뷔 싱글 "Frederick Lies Still"이었다. Curtis Mayfield의 곡을 재해석한 트랙이었다.

레이블 이름과 밴드의 첫 싱글이 같은 순간에 태어났다는 것. 이후 애시드 재즈라는 장르가 재즈와 펑크(funk), 소울을 뒤섞은 90년대 런던 클럽 사운드를 가리키는 말이 됐을 때, Galliano는 그 정의의 출발점에 있었던 셈이다.

전성기와 해체

밴드는 곧 Gilles Peterson의 새 레이블 Talkin' Loud의 첫 서명 아티스트가 됐고, 1994년 앨범 The Plot Thickens로 UK 앨범 차트 8위까지 올랐다. 싱글 두 곡이 톱40에 들었고, 글래스톤베리 무대에도 섰다. Rob Gallagher(보컬), Valerie Etienne(보컬), Ernie McKone(베이스), Crispin Taylor(드럼) 등이 뼈대를 이룬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7년 11월, 런던 캠던의 클럽 Dingwalls에서 열린 고별 공연을 끝으로 밴드는 해체했다. 애시드 재즈라는 장르의 이름을 만든 밴드가, 그 장르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잊혀가는 흐름과 함께 조용히 무대를 떠난 셈이다.

26년 만의 귀환

2023년, Galliano는 재결성을 발표했다.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2024년 5월에는 28년 만의 신곡 "Circles Going Round The Sun"을 냈다. 같은 해 8월에는 앨범 Halfway Somewhere가 나왔다.

그리고 2026년, 이 흐름은 두 장의 앨범으로 이어졌다. 1월에 나온 Unreliable Memories Of Contested Conversations, 그리고 7월 2일 일본 P-Vine을 통해 나온 Acid Jazz Revenge — 앞 앨범의 곡들에 신곡 세 트랙을 더한 일본 한정반이다.

신곡 세 곡, 그리고 하나의 지명

세 신곡의 참고점은 밴드의 원류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Children of the Sun"은 Roy Ayers의 영향 아래 있고 가사는 Gil Scott-Heron의 "Winter in America"에서 끌어왔다. "Boogie for Brains"는 James Brown과 Maceo Parker 스타일의 펑크 넘버로, 관악 편곡을 재즈 뮤지션 Finn Peters가 맡았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세 번째 곡이다. "Prince of Peace (Dingwalls Version)". 1992년 데뷔 앨범 수록곡 "Prince of Peace"를, 2026년 4월 Gilles Peterson과 Patrick Forge가 진행하는 클럽 무대에서 새로 녹음한 버전이다.

Dingwalls는 이 밴드가 26년 전 마지막으로 섰던, 바로 그 고별 공연의 장소다. 우연히 같은 이름이 다시 붙은 게 아니라, 밴드 스스로 그 지명을 신곡 제목에 박아 넣었다. 마침표를 찍었던 자리로 돌아가, 그 자리에서 다시 녹음한 버전에 그 자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Groove & Beyond의 자리

이 블로그가 Groove & Beyond에서 계속 확인하려는 건 장르의 경계가 얼마나 헐겁게 그어져 있는지다. Galliano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그걸 보여준다 — 장르 자체를 만든 당사자가, 그 장르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뒤에도, 30년 가까이 지나 자기 이름을 걸고 돌아와 있다는 사실.

애시드 재즈가 지금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장르가 부활해서가 아니다. 그 장르를 만든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언어로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Acid Jazz Revenge라는 앨범 제목은 그래서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수록 앨범: Acid Jazz Revenge (2026, P-Vine Japan) / Unreliable Memories Of Contested Conversations (2026, WoozyWu Records) 아티스트: Galliano 핵심 멤버: Rob Gallagher, Valerie Etienne, Ernie McKone, Ski Oakenfull, Crispin Taylor 추천 청취 환경: 늦은 밤, 오래된 클럽을 상상하며